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분야의 2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한다고 밝혀, 관련 기업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차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바이오 분야의 2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새롭게 지정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산업과 함께 국가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한다는 내용의 ‘제1차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했습니다.

이번에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분야 2개 기술은 바이오의약품과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기술로, 구체적으로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적용되는 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과 ▲고품질의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적용되는 오가노이드 분화 및 배양 기술입니다. 총 550조원에 이르는 첨단산업 관련 정부 인센티브 중 2026년까지 바이오 분야에 투자되는 금액은 13조원 규모입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인 ‘오가노이드’는 최근 미국에서 동물실험 의무규정을 삭제하면서, 이를 대체하는 기술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임상을 시작하기 전, 약효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동물실험(비임상)을 먼저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최근 이에 대한 동물권리나 윤리적 이슈들이 대두되면서 이를 대체할 방안들이 모색되어 온 것입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세포의 집합체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위나 간, 심장 등 생체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해 낸 것을 말합니다. 일명 ‘미니 장기’로 불리며 가장 적합한 대체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규모입니다. 2027년까지는 4조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오가노이드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 ‘각축전’, HLB셀 인체세포 배양기술 각광

<사진=HLB셀이 개발한 세포외기질 ‘휴트리겔’. 기존재료의 암세포나 이종 유전자 함유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오가노이드 배양 플랫폼으로 꼽히고 있다. HLB셀 제공>

오가노이드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HLB생명과학의 자회사인 HLB셀입니다.

HLB셀이 세계 최초로 인간 정상세포 기반의 세포외기질인 ‘휴트리겔®(HUTRIGEL®)’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세포외기질’이란 콜라겐, 라미닌 등으로 이루어진 세포 외부 골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물질은 체외에서 겔을 만들 수 있어서 3차원 배양에 쓰이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샬레에 세포를 평면적으로 배양하는 ‘2차원 세포배양 기술’이 아닌, 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3차원 세포배양 기술’이 중요한데, 이를 구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는 안정적인 지지체인 셈입니다. 기존 제품이 쥐의 암세포에 기반해 잠재적인 감염원과 면역반응 위험성이 내재된 반면, 휴트리겔은 인체의 정상세포를 기반으로 제조돼 이러한 부작용을 완전히 극복했습니다.

그룹사인 비임상 CRO 전문기업 HLB바이오스텝도 주목됩니다. HLB바이오스텝은 비임상 CRO(임상대행)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대체시험법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 컨설팅에도 적극 참여해, 환경공단 주관으로 진행하는 ‘대체시험센터 구축 프로젝트(가칭)’의 설계 참여 및 컨설팅, 밸리데이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mRNA와 같은 유전자 치료제 관련 유효성 평가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가노이드와 함께 전자 칩 위에 인체의 장기 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기칩(Organ on a chip) 등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강스템바이오텍이 세계 최초로 서울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인공피부에서는 불가능했던 모낭조직을 동일한 형태의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피부 오가노이드를 구현했으며,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현재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식약처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취득해 첨단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위탁생산(CMO) 사업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넥스트앤바이오는 KIST와 함께 안전성 확인에 사용되는 동물 시험을 대체하기 위해 in-vitro 뇌 모델 플랫폼을 함께 개발했으며,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활용한 오가노이드 뱅크를 구축하고,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기반의 프로젝트 및 환자별 약물 평가 플랫폼 개발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첨단전략산업 지정은 미래 먹거리 창출에서 나아가 국가안보에도 직결되는 핵심 산업에 대한 국가의 전략적 육성 방침으로, 곧 관련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금융, 세제혜택 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난치성 희귀질환에 대한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개발에 주목하고 있어, 앞으로 이와 관련한 배양 및 치료 플랫폼기술이 핵심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