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주인공 김혜자씨가 마지막 회에서 담담히 풀어낸 대사입니다.
드라마 속 김혜자씨가 앓았던 질병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3초마다 1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질병, 바로 알츠하이머 치매입니다.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는 100세 시대를 맞이한 현 인류에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치매 요인을 사전에 인지해 발병을 막거나 혁신적인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란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로 사고력, 판단력 및 학습 능력 등 정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하는 병을 의미합니다. 심할 경우 보행장애부터 배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정상적인 사회활동마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와 같은 이상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며 서서히 진행되는 뇌세포 손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뇌 속의 평범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과하게 침착되거나 뇌 세포의 골격 유지를 돕는 타우 단백질이 체내에 비정상적으로 접히면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끼쳐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는 환자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약물 요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을 뿐 발병원인을 치료하거나 진행을 막는 근원적 치료제는 없습니다.
지난해 6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는 18년만에 미 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세포 내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의 신약입니다. 하지만 미 FDA는 아두카누맙을 추가 임상을 통한 효능 입증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했고 유럽의약품청(EMA)은 품목허가 승인을 거절해 아두카누맙도 근원적 치료제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원적 치료제 개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연구동향’에 따르면, 동년 1월 기준 전 세계에서 진행된 152건의 임상 중 82.5%에 이르는 104개의 연구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근원적 치료제 개발 연구에 대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도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세계 주요 국가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이 2018년 약 2조 4600억원에서 연평균 19.3% 성장해 2028년에는 약 14조 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HLB사이언스, “그람 음성균 제어로 알츠하이머 치매 잡는다”
HLB그룹사인 HLB사이언스도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HLB사이언스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그람 음성균에 주목했습니다.
[그람 음성균 및 그람 음성균 유래 내독소(LPS)]
구강균으로 이뤄진 그람 음성균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 속 신경염증부터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침착에도 영향을 미치는 세균입니다. HLB사이언스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서 그람 음성균과 그람 음성균에서 방출되는 내독소(LPS)가 장내미생물총 불균형과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병리, 신경 퇴행에 관여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HLB사이언스는 이 그람 음성균과 LPS를 제어하는 기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과 진행을 예방하는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올해 전임상 완료와 내년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치료제인 ‘DD-A279’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나’라는 존재를 점차 잃어가는 병입니다. 현재로선 정확한 원인 규명이나 치료법이 요원한 상황이지만 조속히 치료제가 개발되어 우리가 ‘나’를 잃지 않고 건강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