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마트 폰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습니다.  

연락, 검색은 물론 쇼핑과 결제, 심지어 코로나 확진자 확인까지 모든 일상과 소통이 손바닥 하나에 들어온 지금 시대에 스마트폰 없던 세상이란 오랜 기억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사실 불과 십 여년 전 일인데 말이죠.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94%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성인들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도 스마트폰은 이미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든 작용에 반작용이 있듯, 삶의 편리함을 가져온 스마트폰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구건조증 환자가 전례 없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1분에 15~20회 정도 눈을 깜빡이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 깜빡임 빈도가 크게 준다고 합니다. 장시간 화면을 응시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만성적으로 눈이 건조해지는 안구건조증에 걸리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일상의 불편은 물론 눈의 노화를 촉진해 각막과 시력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이란 안구 표면이 손상되어 자극감과 이물감, 건조감이 발생하는 안질환을 말합니다. 안구건조증은 수분층에 문제가 생기는 ‘눈물생성부족형’과 기름층에 문제가 생기는 ‘눈물증발과다형’으로 나뉘며 보통 눈물이 빨리 마르는 ‘눈물증발과다형’이 환자의 80%를 차지합니다. 안구건조증은 그 자체로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각막염이나 결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고 안구 표면 각질화와 신생혈관 생성 지연, 각막 흉터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안구건조증의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인공 눈물액을 눈에 주입해 눈물의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마치 감기에 해열진통제를 먹듯 대증적인 치료에 불과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더해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적 요인까지 더해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시장, 많은 제약사들이 새로운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5조원 규모, 연평균 1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 엘러간의 ‘레스타시스’를 비롯 소수의 염증 치료제만이 존재해 혁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지난 11월 HLB 컨소시엄에 인수된 HLB테라퓨틱스(구 지트리비앤티)가 가장 대표적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 기업입니다. HLB테라퓨틱스의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ReGenTree)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를 개발 중으로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달 24일 Pre-BLA(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 미팅을 신청 했습니다. 이번 신청이 수락되면 내년 1~2월 사이에 FDA와의 미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로 항염 기전만을 가진 기존 치료제와 달리, RGN-259는 ‘티모신 베타4’(Tβ4, Thymosin beta4)를 타겟해 다인성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획기적 치료 물질입니다. Tβ4란 생체 내 존재하는 43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백질로서 세포이동촉진과 상처치료, 항염 등 모든 기전에 관여합니다. 

[ Tβ4 다기전 작용]

특히 티모신 베타4의 다기전 작용은 각막세포의 안전하고 빠른 이동을 도와 세포재생율을 높여주는데, 이로 인해 안구건조증 뿐 아니라 희귀안과질환인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RGN-259의 신경영양성각막염에 대한 임상3상 결과가 지난 11월 미국안과학회(AAO)에서 발표됐는데, 10명의 환자 중 6명에게서 투여 4주후 각막 상처가 완치되는 높은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완치’의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지만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단번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분야이기도 합니다. 막바지에 이른 RGN-259의 신약 승인으로 국내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에 대한 글로벌 선도 기업이 탄생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