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세라닙 병용 간암 1차 치료제가 드디어 FDA NDA 본심사에 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NDA 허가 이후, 상업화에 쏠리고 있는데요. HLB는 상업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리보세라닙의 임상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엘레바의 정세호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상업화 계획에 대해 “FDA 신약 허가 후 환자들이 신속하게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PBM 등재를 포함한 포괄적인 통합 출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PBM’, 다소 생소한 용어인데요. PBM은 Pharmacy benefit management, 즉 우리 말로는 ‘의약품 급여 관리 업체’로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 PBM과의 협상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럼 PBM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ㅇ 미국의 보험제도와 PBM의 역할
PBM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미국의 보험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공보험과 사보험이 분리돼 있습니다. 공보험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입니다. 현재 미국인의 40%가량이 공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사보험은 민간보험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공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이들이 이용합니다.
<사진= 한 미국 시민이 약국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아울러 미국의 의약품 유통체계 역시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병원 처방 의약품(medical benefit)과 약국 처방 의약품(pharmacy benefit)입니다. 쉽게 말해 병원 처방 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은 물론 투약까지 진행하는 의약품이고, 약국 처방 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 약은 약국에서 구매해 환자가 직접 투약하는 방식의 의약품을 말합니다.
공보험 대상이든 사보험 대상이든, 환자가 보험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의약품이 보험사의 ‘의약품 처방 목록(Formulary)’에 등재돼 있어야 하는데요. 병원 처방 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보험사와 직접 협의하면서 보험 급여 수준과 리베이트 규모를 결정하지만, 약국 처방 의약품은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PBM이 끼어듭니다. 취급해야 할 품목이 병원 처방 의약품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투약받기까지 약국이라는 단계가 추가되기 때문에 환급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이죠.
약국 처방 의약품 유통에 있어 PBM의 역할은 아주 다양합니다. 먼저 제약사와는 리베이트 규모를 협상하고, 보험사와는 의약품 처방 목록 설계를 구상하죠. 또 약가를 평가하며 약제 사용률과 보험 급여 환급 등을 관리하는 것도 PBM의 몫입니다.
ㅇ 리베이트 금액 높을수록 ‘1등급’ 선정될 확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제약사들은 왜 PBM과 리베이트 규모를 협상할까요? 미국 보험사의 의약품 처방목록의 경우 보험 종류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뉘어 있습니다. 등급이 높을수록(1등급에 가까울수록)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줄고, 낮을수록 환자 부담은 늘어나죠. 환자 입장에서는 같은 효능을 가진 약이라면 당연히 높은 등급을 선택할 겁니다. 환자의 선택을 많이 받는 약물은 그만큼 매출 규모도 커지겠죠. 따라서 제약사에게 있어 의약품이 높은 등급에 배치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PBM에게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할수록 높은 등급에 배치될 확률은 커지죠.
미국의 PBM 시장은 소수의 일부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습니다. CVS케어마크, 옵텀Rx,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등 3개 PBM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죠. 이들 메이저 PBM은 의약품 처방 목록 등재 관리를 무기로 제약사와의 협상에서 강한 협상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PBM은 제약산업 먹이사슬의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PBM 제도도 함께 조명되고 있습니다. 연일 PBM과 관련된 소식이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데요. 리보세라닙 병용 간암 1차 치료제는 어떤 PBM과 어떻게 협상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리보세라닙 병용임상 3상 결과가 세계최고의 의학전문지인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점은 향후 의약품 처방목록 등재와 등급 협상 등에서 회사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이외에도 상업화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별도로 정세호 엘레바 대표는 “FDA 허가 획득 후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권고 사항으로도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NCCN은 암 환자 치료와 연구, 교육 등에 전념하는 미국 내 32개 선도적 암 센터들이 결성한 비영리 연합입니다. NCCN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세계적으로 암 치료 정책과 임상 방향에 대한 표준으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공보험인 ‘메디케어’와 대부분의 사보험도 NCC의 권고를 따르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위해 시장진입(Market Access) 부문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