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요? 투자, 언택트, 메타버스 등 다양한 말들이 있겠지만 아마 ‘코로나19’와 ‘백신’도 분명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홉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의 역사는 사실상 ‘만인의 바이러스에 대한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등 보이지 않는 적과 치열히 싸워온 인류는 마침내 ‘백신’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며 더 강하게 성장해 왔습니다. 백신이 현대 문명의 주춧돌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겠네요.    

이번 알쓸신약에서는 바이러스 벡터, 재조합 단백질, mRNA 등 코로나19에 맞서 더 강해지고 더 다양화된 인류의 희망 ‘백신’의 탄생 과정을 알아봅니다.      

수 많은 감염병 중 최초이자 최대의 인명 피해를 유발한 감염병은 ‘천연두’였습니다. 16세기 유럽의 정복자들이 신대륙에 전파한 천연두는 치사율이 70%를 상회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잉카와 아즈텍의 강력한 전사들도 그 앞에서는 하릴없이 쓰러졌죠. 

실마리는 한참 시간이 흐른 18세기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소젖을 짜는 여인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은 에드워드 제너는 이는 이미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집 정원사의 어린 아들 ‘제임스 핍스’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우두의 수포에서 고름을 채취한 제너는 이를 핍스의 팔에 주입했는데 다행히 약간의 미열과 피로감 말고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2개월 후 이번에는 핍스에게 천연두 바이러스를 놓았고 소년은 아무런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아 제너의 가설이 적중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라틴어에서 암소를 뜻하는 ‘Vacca’가 ‘Vaccine’의 어원이 된 이유이죠.  

그의 발견은 수 억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무서운 전염병으로 부터 인류를 구했고, 이는 우리나라에까지 이어져 박영선 선생과 지석영 선생에게 전해집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호환(虎患) 만큼이나 두려웠던 마마(媽媽), 천연두는 결국 1980년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됩니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퇴치된 유일한 바이러스이죠. 

이번 알쓸신약은 시를 좋아했던 제너에게 당대의 시인 ‘로버트 블럼필드’가 헌정했던 시의 한 부분으로 마칩니다. 

“희망이 승리했을 때 제너의 기분은 어땠을까! / 희망 자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아마도 최고의 외로운 승리를 위해! / 선을 행하려는 욕구, 의지력, 인류 해방에 닿으려는 간절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