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신이자 질병의 신인 아폴론은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한 그리스인 들에 대한 분노로 ‘죽음의 화살’을 퍼부어 아테네에 역병의 고통을 겪게 한다』 

미국의 저명한 내과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예일대 교수는 그의 저서 ‘신의 화살’에서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아폴론의 ‘죽음의 화살’에 비유하며, 고대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드’에 소개된 그 ‘죽음의 화살’이 3,00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고 얘기합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 앞에 인간의 무기력함은 신의 분노로 치환된다라고도 해석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9월 7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2억 2천만명, 사망자는 459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금새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바람과 달리 벌써 2년 가까이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지요.  

다만 신의 분노라 여기고 속절없이 당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는 눈부신 과학기술과 대규모 개발자금,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의지와 협력 속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을 속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에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불활화 백신, RNA 백신, 재조합 단백질 백신, 바이러스 유사 입자 백신 등이 있습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 주형에 넣어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AZ, 얀센)하고, 불활화 백신은 사멸시킨 바이러스를 체내 주입하는 방식(시노팜)이고, RNA 백신은 표면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 항원 단백질을 생성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화이자, 모더나)하고,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노바백스, 나노젠)하는 방식입니다. 

코로나 백신 ‘나노코박스’는 사노피 젠자임(Sanofi Genzyme)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다년간 근무한 호난(Ho Nhan) 회장이 설립한 베트남 바이오시밀러 기업 ‘나노젠’이 개발 중인 재조합 단백질 백신입니다. 투약 14일 기준 90% 이상의 항체생성을 보였으며, 일부 지원자의 경우 첫 투여 35일 기준 60배, 3개월 기준 34배의 중화항체가 유지돼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지난 8월 18일 에이치엘비가 ‘나노코박스’의 글로벌 권리 이전을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임상 2상 데이터와 초기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베트남 보건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에 백신 샘플을 제출했으며 임상 3상이 완료 되는대로 WHO 사용승인을 위한 절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백신 개발은 미국, 유럽 등 경제대국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베트남도 백신 분야에서 손꼽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식민지 지배 시절 파스퇴르 연구소가 설립된 이후 126년의 백신 개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은 백신 완제품 생산에 있어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아시아 네 번째 국가로, 디프테리아, 뎅기열 등 동남아 풍토병에 대한 백신을 비롯 인터페론 B, C형 간염치료제 등의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베트남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백신 기술국가이지요. 

베트남 과학기술부의 지원 속에 파스퇴르 연구소, 군사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 중인 나노젠의 백신 임상에는 베트남 부 득 담(Vu Duc Dam) 부총리와 팜 꽁 딱(Pham Cong Tac) 과학기술부 차관까지 참여해 자국 백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알파, 베타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감염병에 대한 인류의 투쟁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진화하며 아폴론의 화살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천연두, 페스트, 소아마비 등 많은 감염병을 이겨온 인류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도 곧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