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재즈 파마슈티컬즈(Jazz Pharmaceuticals)가 작년 뇌전증치료제 Epidiolex(성분명 Cannabidiol)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GW Pharmaceuticals를 무려 72억 달러(약 8조원)에 인수하며 산업용 대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 보다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GW는 별도로 대마초 기반 말기 다발성경화증 후보물질인 Nabiximol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FDA에 승인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Jazz는 추가로 1억 달러를 투자, 2024년 영국에 새로운 제조공장 건설을 완료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대마초 기반 의약품 2개(Epidiolex, Nabiximol)의 제조역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마 식물에서 발견되는 자연 발생 화학물질(칸나비노이드)인 중 하나인 칸나비디올(CBD)은 의료를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오랫동안 주목돼 왔습니다. 대마 추출물 등을 포함한 CBD 성분에는 매우 낮은 수준의 환각 물질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 완화용 식품첨가물로서 전 세계적으로 식품, 음료, 식품첨가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식품을 포함한 섬유, 건축자재, 화장품, 바이오 연료 등을 아우르는 CBD 관련 글로벌 성장 규모는 지난해 3조9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15조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시장 성장 배경에는 법률적으로 대마 및 대마 성분이 농산물로 분류되었다는 점과 식품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는 정책적 변화에 기인합니다.

칸나비디올의 규제에 대해서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CBD의 사용으로 공중보건에 문제가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유엔마약위원회에도 대마 및 대마 관련 물질의 평가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미국 등과 같이 면세점에서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CBD 함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대마를 규제하고 있으며,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마씨앗과 대마씨유는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씨앗에 한하여 THC 및 CBD가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에 한해 식품의 원료로 사용이 가능해 해당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이 제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마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 환각 물질인 THC 함유량이 0.3% 미만인 대마를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내는 방식 등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산업화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상북도는 2021년 4월 국내 최초로 헴프(HEMP)의 산업화 가능 성을 검증하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실증을 착수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산업용 대마 생산 전주기 안전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를 활용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고, 나라마다 대마 관련 규제가 서로 다르게 정립 중에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큰 비즈니스 기회로 다가올 수 있는 대마 관련 시장과 규제 환경 변화를 관심있게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HLB그룹사인 HLB생명과학은 칸나비노이드류 성분을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네오켄바이오와 ‘의료용 대마 소재 의약품의 공동 연구개발’에 대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4월 12일 밝혔습니다.

네오켄바이오는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출자 회사로 마이크로웨이브 가공 기술 및 장비를 이용해 대마 성분을 고순도로 추출, 가공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입니다.

HLB생명과학은 이번 협약을 통해 네오켄바이오로부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대마 추출물을 독점 공급받게 됐으며, 해당 물질을 통해 암, 뇌전증, 치매, 파킨슨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방침입니다. HLB생명과학 신약연구소는 이를 위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마성분 취급을 위한 ‘마약류 학술연구자 허가 신청’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