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가 2009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이래 약 13년간 개발해 온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선낭암과 간암 분야에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선낭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외에 항암제가 없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HLB는 리보세라닙을 단독 요법으로 임상 2상을 마치고 지난 10월 FDA에 혁신의약품 지정을 신청했으며, 간암의 경우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병용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이 간암 치료제 역사상 가장 긴 22.1개월을 달성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HLB는 코스닥 상위에 랭크된(현재 4위) 바이오기업으로 주식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때문에 신약개발이 순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악성루머로 주가가 출렁이기도 하는데요. 시장의 의문점들을 해소해 드리기 위해 이번 뉴스레터 기획기사로 HLB글로벌투자전략팀의 IR담당 임원인 장진우 상무를 인터뷰했습니다.
<사진=HLB 글로벌투자전략팀 장진우 상무>
Q. 리보세라닙의 간암, 선낭암 임상이 완료됐습니다. 어떤 암종이 매출에 더 유리할까요?
A. 시장규모 면에서는 간암 시장이 훨씬 큽니다. 간암은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가운데 하나거든요.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10만 명당 30명, 북유럽과 북미 지역은 10만 명당 2명 정도의 비율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항암제에 대한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선낭암의 경우에는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통상 침샘암이라고도 불리는 선낭암은 희귀질병이기 때문에 환자 수는 적지만 현재까지 표준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신약 승인 시 약가를 높게 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매출 기여도가 높은 적응증은 간암이지만 영업이익이 높은 적응증은 선낭암이라고 하겠습니다.
Q.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 3상 결과 ‘OS 22.1개월’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도출됐습니다. 반면 부작용이 높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전체 데이터를 발표한 ESMO(유럽암학회) 당시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지난 9월 개최된 유럽종양학회에서 많은 임상의들이 간암 임상결과에 흥분하며 여러 찬사를 보내왔습니다. 특히 간암 1차 치료제에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빨리 처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저희 약물이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하고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미팅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항암제의 가치는 결국 환자의 생존기간을 얼마나 연장시켜주는 데서 판가름 나기에 OS를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리보세라닙 병용 간암 1차 치료제는 현존하는 치료제 가운데 가장 긴 OS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작용 비율이 높다는 부분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저희 약물의 부작용은 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라 고혈압, 수족증후군 등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부작용 대비 높은 치료 효과의 장점이 현저히 많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간암 1차 치료제 Pre-NDA를 마쳤는데요. 본 미팅에서 FDA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Pre-NDA에는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Elevar Therapeutics)와 항서제약이 함께 참여했는데요. FDA 측은 임상 3상 결과와 신약 허가 신청 자료를 사전 검토한 후 저희에게 ‘NDA 진행에 문제 없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항서제약의 데이터 번역 등이 완료되는 대로 NDA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최근 임핀지와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는데요. 해당 요법은 대조군 대비 OS(16.4개월 vs 13.8개월)나 사망위험비(22% 감소) 등 수치에서 당사 병용요법(22.1개월 vs 15.2개월, 40~50% 감소) 대비 높지 않았고 심지어 PFS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환자의 새로운 치료옵션을 늘려준다는 측면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선례를 봤을 때 최초의 TKI/PD-1 계열 약물이자 높은 유효성을 입증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허가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합니다.
Q. 리보세라닙은 언제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A. FDA와 협의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출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선낭암에 대해서는 올해 말, 간암에 대해서는 내년 초 빠른 시일내에 NDA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며, 가능한 두 암종 모두 내년 안에 NDA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저희들의 1차 목표입니다. 회사는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와 동시에 빠르게 상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사항들을 사전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혁신의약품,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경우 신약허가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아시다시피 요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약들이 FDA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리보세라닙과 병용한 캄렐리주맙이 중국에서 개발한 약물이기 때문에 FDA 승인이 어렵지 않겠냐고 주장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중국 제약사에서 개발한 신약 가운데 미국 FDA에 NDA 신청을 했다가 승인 거절된 물질은 ‘수루파티닙’과 ‘신틸리맙’입니다. 이 물질들의 경우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100%가 중국인이었습니다. 사실상 중국 국내 임상이라고 봐야하는 것이죠. 하지만 리보세라닙 병용 간암 1차 임상 3상은 글로벌 13개국에서 진행됐습니다. IND(임상시험계획서) 승인 이후 FDA와 비아시아권 환자들의 비율을 협의하며 환자를 늘려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즉, 데이터의 quality가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지 과학자이자 신약을 개발하는 FDA가 반중국 정서 때문에 불허한 게 아닙니다.
임상도 세계적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자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아이큐비아(IQVIA)가 맡았습니다.
Q. HLB는 최근 엘레바, HLB제약, HLB생명과학 등과 리보세라닙 상업화 준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HLB생명과학과 HLB제약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나요?
A. HLB생명과학은 리보세라닙의 국내 판권 및 일본, 유럽에 대한 일부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리보세라닙의 선낭암, 간암 등에 대한 시판허가 시 국내 상업화를 주도할 예정입니다. 별도로 리보세라닙을 동물 유선암에 대한 항암제로 허가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HLB제약은 의약품 제조 및 국내 유통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 향후 리보세라닙이 판매허가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HLB제약은 희귀질병인 척수소뇌변성증 치료제 ‘시트렐린’의 개발에 성공했고, 장기지속형주사제 플랫폼을 개발해 국내 유수 업체들과 비만치료제, 치매치료제 등 개발하는 등 신약개발 및 생산 능력을 점차 인정받고 있습니다.
Q.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보세라닙 관련 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말씀드렸던 리보세라닙의 간암, 선낭암 임상, 그리고 먼저 임상을 끝냈던 말기 위암 임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돼 있어 향후 판매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리보세라닙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HLB생명과학 주도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한 위암 1차 치료제 임상, 황반변성에 대한 임상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리보세라닙의 동물용항암제 임상 IND를 승인 받아 임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하나의 신약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텐데 왜 이렇게 임상을 많이 하나요?
A.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직결되며, 각 파이프라인이 다양한 적응증에서 효능을 입증할 때 그 가치는 극대화됩니다. 진양곤 회장께서도 2022년 주주총회에서 “넓게 파려면 깊게 파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넓게 파는 전략으로 M&A와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내부 전략입니다.
당사는 유상증자, M&A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 신약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순차적으로 판매허가를 받을 경우 기업가치 개선은 물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Q. 미국에서 간암에 대한 시판허가를 받을 경우 판매 등 상업화를 직접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전문기업에 위탁이나 라이선스 아웃 없이 가능할까요?
A. 현재 시장규모, 진입여건, 시간과 비용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당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간암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직접판매, 유럽 등 다국가는 유통사에 재기술수출(sub-license out)하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엘레바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출신의 생산, 마케팅 전문가를 다수 영입하는 등 이미 시판 이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대형 암 전문병원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으로 필요에 따라 현지 전문 컨설팅업체나 의약품 유통업체를 활용할 방침입니다.
생산은 초기에는 리보세라닙의 임상용 완제품을 제조한 캐나다 파테온이, 중장기적으로는 HLB제약이 생산시설을 확충해 제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위암 3차 치료제 임상이 제일 먼저 완료됐고 FDA 권고에 따라 자료보완도 마쳤는데 선낭암, 간암 대비 진행이 늦은 이유가 있나요?
A. 위암 3차 치료제 임상의 경우 당시 중국 판권을 보유한 항서제약이 2014년 리보세라닙을 위암 치료제로 승인 받아 매년 수 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기에 비록 시장은 작지만 ‘이미 약효를 확인해 신약 승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적응증’이라고 판단해 먼저 진행했던 분야 입니다.
FDA 보완 권고 이후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위암에 대한 NDA 패키지를 모두 완료했습니다. 다만 FDA 규정상 한 약물을 두 적응증으로 동시에 NDA를 진행할 수 없기에 당시 막바지에 들어선 선낭암 임상 결과를 기다렸으며, 임상 데이터 확인 후 표준치료제가 없어 약가 책정에 훨씬 유리한 선낭암에 대해 먼저 NDA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간암의 경우 병용요법으로 선낭암과 동시 진행이 가능합니다.
즉, 시장규모가 큰 간암, 최초 항암제로 약가 책정에 유리한 선낭암에 대해 NDA를 진행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해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Q. 내년에도 유상증자 계획이 있나요?
A. 리보세라닙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돼 매출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추가적으로 유상증자의 이유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HLB 글로벌투자전략팀의 장진우 상무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금리인상과 금융불안,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며 대표적 성장주인 바이오 관련 주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HLB가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성공 기대감이 다시 한번 부각되며 K-바이오 산업 전체에 훈풍이 불 것이라 기대됩니다. 특히 리보세라닙이 새로운 혁신 치료제를 목메어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우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