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다린 멋진 셔츠를 입고 중요한 미팅에 나갔는데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면…

1년간 열심히 준비한 수능시험, 자신 있게 풀었지만 OMR카드 첫 칸을 밀려 썼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한 순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했음에도 처음 시작을 잘못해 모든 게 어긋나버린 경우, 주위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합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첫 걸음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신약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신약이 탄생하기 까지는 십 여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과 수 백억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곤 합니다. 이러한 시간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신약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인데요.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실제 후보 물질이 신약 출시까지 이를 가능성은 단 0.02% 정도 입니다. 본격적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해도 겨우 9.6%인데, 그 마저도 가장 높은 기술력과 까다로운 허가기준이 적용되는 항암 신약의 경우에는 5.1%에 불과합니다. 약물 발굴 후 ‘Stop or Go’의 결정이 정말 중요한 이유입니다.

신약개발은 동물을 대상으로 탐색된 물질의 효과성과 부작용을 검증하는 비임상(전임상) 단계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을 시작하기 전 동물에 투여해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인데요. 식약처에서 비임상 결과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첫 단추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사업은 이러한 비임상/임상 연구 및 개발을 대행해 주는 임상 전문기업을 일컫습니다. 특히 비임상 CRO는 일반적인 신약개발 기업들이 대규모 동물실험실을 구축하고 첨단장비와 연구인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실험을 대행해주는 기업입니다.

비임상은 크게 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하는 유효성 실험과 이후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는 독성실험(안전성) 단계로 나뉩니다. 독성 실험의 경우 실험 주체에 상관없이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표준화된 실험을 하는 반면, 유효성 실험은 물질의 성격이나 의뢰자의 요구 등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실험 설계 역량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방식에 대해 정부가 정한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어 해외 유수 논문 등을 참조해 실험을 설계해야 하며 해당 실험 질환에 걸린 동물의 수급부터 어떻게 투약할지 등을 모두 의뢰자와 비임상CRO가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Frost & Sullivan 리서치에 따르면 CRO글로벌 시장규모는 2015년 319억 달러에서 2019년 504억 달러로 연평균 12.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비임상 CRO 규모는 전체 CRO 시장 중 약 17∼20%를 차지해 2019년 기준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신약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ㅇ 국내 비임상 CRO No.1 노터스 인수로 ‘HBS Value Chain’ 완성

2021년 12월 HLB가 국내 No.1 비임상 CRO인 노터스를 인수했습니다. 2012년 설립된 노터스는 최신 진단장비를 구축, 선진국 수준의 비임상 유효성 시험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비임상 CRO 기업입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등 국내 대형 제약사를 비롯 200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임상을 시작하기 전 대부분 노터스를 거치는데요. 암, 혈관질환, 성인병 등 각종 질환에 대한 독보적인 경험을 보유한 노터스는 2019년 569건, 2020년 717건의 시험평가에 이어 2021년에는 3분기 누적 767건의 시험평가를 진행해 국내 CRO 기업 중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노터스의 연매출은 2018년 370억원 규모에서 2019년 460억원, 2020년 600억원으로 연평균 23%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2020년 9월에는 동물의약품 비임상시험, 2021년 12월에는 동물의약품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노터스는 CRO외에도 국내 최대 동물병원 체인인 로얄동물메디컬센터와 파트너 쉽을 통해 동물의약품, 동물의료기기 개발 및 유통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오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실험실 구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계회사인 파미노젠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양자화학 기반 신약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터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HLB를 주축으로 한 바이오생태계 ‘HBS’(HLB Bio eco-System)의 Value Chain(R&D부터 비임상시험, 개발, 제조, 유통에 이르는 신약개발의 전 과정)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HLB그룹에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신약물질 검증 역량이 확보돼 향후 후보물질 도입 및 바이오 관계사간 시너지가 예상됩니다.
  

<HLB그룹 바이오 생태계 ‘HBS Value Chain’>

M&A로 HLB그룹에 편입된 기업들이 최근 여러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노터스의 향후 행보도 주목됩니다.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에프에이 등 비교적 최근에 HLB그룹에 편입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와 경영 안정화에 따라 매출 성장 및 신약개발 과정에서 큰 진전을 보이며 HLB그룹의 기업가치를 연이어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내 비임상 CRO 1위를 넘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노터스의 첫 단추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