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주도 임상(investigator initiated trial)은 말 그대로 전문의로 구성된 연구자가 주도해 진행하는 임상을 의미합니다.
통상 제약사가 신약판매 허가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스폰서가 돼 주도하는 임상시험과 달리 연구자가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암에 대해 아직 승인되지 않은 약물의 치료 효능을 확인하거나, 기존에 개발된 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특히 시판된 약물이 비용-효과 측면에서 우수한지 여부나 시장성이 높지 않아 제약사가 관심을 갖지 않는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등 공익적 이점도 높습니다. 연구자 임상인만큼 학술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연구자주도 임상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해당 임상을 통해 약물의 유의성이 확인되면 이후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의뢰자주도 임상(sponsor-initiated clinical trial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실제 거대B세포림프종 분야에서 CD20에 대한 단클론항체인 리툭시맙(rituximab)을 기존의 항암치료인 CHOP 요법에 추가하여 그 효과를 검증한 연구자주도 임상이 바탕이 되어 리툭시맙-CHOP 병용요법이 거대B세포림프종에 대한 1차 표준치료제로 승인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연구자주도 임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지원없이 재원 마련이 힘들고, 관련 규정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암 전문의들로 구성된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가 연구자주도 임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KCSG는 규제기관들과 대화와 협력, 운영 데이터 관리, 모니터링, 임상시험 기관, 인력 강화를 통해 임상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ㅇ HLB,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연구자주도 임상 지원 확대
<사진=HLB는 지난 11월 23일 KCSG와 연구자 임상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가운데 HLB가 리보세라닙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KCSG와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에 나섰습니다. HLB는 지난 23일 KCSG와 연구자 임상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여러 암을 대상으로 임상의들의 임상 과제 수행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HLB는 이번 연구자 임상을 통해 여러 적응증에 대한 리보세라닙의 광범위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항 신생혈관 기전 약물에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나 최적의 병용물질을 탐색할 계획입니다.
이미 13개 국가에서 진행된 간암 임상 등을 통해 리보세라닙의 광범위한 치료효과가 확인된 만 큼 이번 연구자주도 임상을 통해 후속 임상을 위한 적응증을 미리 탐색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특히 간암이나 선낭암에 대해 리보세라닙이 치료제로 허가 받을 경우 전문의들이 연구자 임상을 진행한 암에 대해 리보세라닙을 오프라벨로 처방(허가되지 않은 암에서 의사의 재량에 따른 처방)할 수도 있어 판매량 확대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KCSG는 1998년 설립된 국내 대표 암 임상연구자 그룹으로 전국 100여개 병원 90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을 위해 그간 200건이 넘는 임상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