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Cold) 시장이 점점 핫(Hot) 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얘기이냐고요?
아닙니다. 어렵게 해외에서 수입한 코로나19 백신을 전국 방방곳곳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백신유통 전쟁. 바로 콜드체인 시장 얘기입니다.
‘콜드체인(Cold-Chain)’은 저온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저장ㆍ운송하는 유통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원래 고기, 채소 등 주로 식재료를 신선하게 운송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후 저온 저장이 필수적인 의약품의 운송까지 그 시장이 확대됐습니다. 특히 단백질로 이루어진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 적정 보관온도를 넘길 경우 단백질의 변형을 불러와 소위 ‘맹물’ 백신이 될 수 있는 만큼, 코로나 백신의 성패는 안정적인 콜드체인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상 백신의 보관온도는 섭씨 2~8도 수준으로 평균 5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유통되어온 수두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 등 약독화 생백신의 경우나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인 AZㆍ얀센 백신,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노바백스ㆍ나노코박스 백신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최근에 개발된 mRNA 백신의 경우 화이자 백신이 70도 이하, 모더나 백신이 20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유통조건을 요합니다. mRNA는 물에도 쉽게 녹을 정도로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워 해당 온도에서 보관되지 않을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백신 종류에 따른 저온ㆍ초저온 콜드체인을 갖춘 국가에서만 백신의 유통이 가능해, 개발도상국과 등 극저온 유통 시스템이 부재한 국가에서는 백신의 대량 유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신 개발의 선두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공룡들이 백신 유통을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 월마트는 5000개가 넘는 매장 내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콜드체인을 갖춰 백신 보관과 접종이 가능하고 대형 물류 업체인 UPS·페덱스 등은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미국 내 화이자 백신 수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한국초저온, 지트리비앤티 등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백신유통전문 회사를 합병 후 백신유통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지트리비앤티의 경우, 경기도 이천에 콜드체인 시스템이 완비된 창고시설을 구비해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백신 등의 전국 유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트리비앤티는 최근 단백질 재조합 백신 ‘나노코박스’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에이치엘비 주도의 에이치엘비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향후 나노코박스의 국내 도입 시 저장ㆍ유통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콜드체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 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지난해 1527억달러(약 165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 규모는 2025년 3272억 달러(약 355조 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