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회장은 최근 HLB그룹 주요 임직원에게 책 ‘크래프톤 웨이’를 선물했다.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임상을 마치고 신약허가와 상업화에 분주한 HLB의 진양곤 회장이 최근 그룹 내 주요 임원들에게 게임 개발 기업 ‘크래프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책 ‘크래프톤 웨이’를 선물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독가인 진회장은 통상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이 도움될 만한 임직원에게 책을 선물하곤 하는데, 이번엔 주요 임원들에게 설날연휴에 읽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크래프튼 웨이’를 선물한 것입니다.

크래프톤(구 블루홀)은 지난 2017년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역사를 새롭게 쓴 국내 게임 제작사입니다.

지난해 7월 출판된 ‘크래프톤 웨이’는 게임 비전문가인 장병규 의장이 게임개발 기업을 창업한 후,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조직 내 갈등과 충돌을 극복하며 성공에 이른 10년의 과정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우선 두 회사의 리더가 각 사업 분야의 비전문가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은 게임개발 전문가가 아니며, HLB의 진양곤 회장 또한 바이오 전문가가 아닙니다.

세계 게임 매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크래프톤과, 애초부터 글로벌 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한 HLB는 그 목표의 시작점이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었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최고도 아닌데 글로벌을 넘본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점도 유사합니다.

진회장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아 읽은 HLB의 한 임원은, “책에 나오는 ‘게임 제작’이라는 단어를 ‘신약개발’로 바꾸면, 양사의 경험과 시행착오, 난관극복 과정, 게다가 시기까지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았다”며, “크래프톤이 마침내 성공스토리를 썼듯, HLB도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쓰게 될 것이라 믿으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임원이 꼽은 가장 대표적인 두 회사의 공통점은 ‘극복과 돌파의 DNA’였다. 두 회사의 공통적인 성장 비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M&A를 통한 ‘파이프라인 다각화’

크래프톤의 창립 초기 비전은 ‘MMORPG의 명가’였습니다. 회사의 정체성을 MMORPG에 둔 만큼 한 가지 게임 장르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수 차례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모바일 게임 등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를 인수해 ‘연합군을 결성, 결국 서바이벌 슈팅게임에서 크게 성공하며 게임 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HLB도 처음에는 될성 싶은 ‘One Product’(단일 신약물질) 개발에 모든 전력을 집중해 성공한다는 방식의 ‘원샷 원킬’ 시스템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명운을 걸었던 위암 3차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했고, 그 결과 현재는 다수 약물이 임상 막바지 혹은 신약허가신청 단계에 진입한데 이어 막대한 유동성까지 확보해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확립했습니다.

■ 사람에 대한 ‘신뢰’, 이에 병행한 ‘견제 시스템’

크래프톤은 창립 당시 ‘경영과 제작의 분리’를 주요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경영은 경영진이, 게임 제작은 전문 개발자들이 전담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오히려 리스크로 돌아왔습니다. 게임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음에도 진행과정 중 견제 수단이 없어 잘못된 점을 미리 바로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크래프톤은 제작팀에 힘을 실어주되, 경영팀이 게임 제작 마일스톤 단계마다 리뷰,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보완했습니다.

HLB 역시 초기에는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을 미국 자회사 등 전문가들에 위임했습니다. 신약개발 역시 고도의 전문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상 등 신약개발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되며 기업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HLB는 바이오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선임, 그룹 내 바이오전략기획팀과 함께 신약 개발 단계마다 일정과 성과를 검증한 후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견제 시스템을 확립했습니다.

■ 기업의 생존 이유, ‘비전’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의 명가’가 된다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치열하게 도전했습니다. 비록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이런 비전을 잃지 않았기에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축적된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국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HLB는 어떨까요. HLB는 ‘Human Life Better’, 즉 ‘인류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비전 아래 난치성 질환에 대한 글로벌 신약개발의 성공을 목표로 지난 십 여년을 도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3개국에서 진행된 글로벌 간암 1차치료제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탄생의 문전에 서 있습니다.

진양곤 회장이 주요 임원들에게 책을 선물한 이유는 이러한 두 회사의 성장의 닮은꼴 때문일 것입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항암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허가 진입 단계에 선 HLB가 마침내 신약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HLB만의 성장 스토리인 ‘HLB Way’를 새롭게 써 또 다른 기업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10년간 김강석 대표가 쏜 화살은 과녁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과녁의 정중앙을 겨냥해 활시위를 당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성공은 하늘의 일임을 알면서도 힘들게 제작사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블루홀이 추구해 온 믿음이 옳았다는 걸 시장에서 증명했다’ – 크래프톤 웨이 본문 中